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임대인이 ‘원상복구’를 요구하면 어디까지 해야 할까요? 대법원은 임대 전에 이미 있던 시설을 임차인이 철거해야 하는지는 계약의 문구와 체결 경위, 임대 당시 상태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의 범위와 퇴거 전 확인할 자료를 안내합니다.
원상회복의 기준은 계약과 임대 당시 상태에서 출발합니다
임차인은 임대차가 끝나면 목적물을 반환해야 하고, 민법은 사용대차의 원상회복 규정을 임대차에도 준용합니다(민법 제615조·제654조). 임차인이 사용하면서 시설을 새로 설치하거나 구조를 바꾸었다면, 원칙적으로 자신이 변경한 부분을 정리해 임대 당시 상태로 돌려놓을 의무가 문제 됩니다.
그러나 임차인이 직접 설치하지 않은 시설까지 언제나 철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처음 임대차를 맺을 때 목적물에 무엇이 있었는지, 계약서에서 임차 범위를 어떻게 정했는지, 임차인이 이후 어떤 변경을 했는지, 원상회복 특약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따라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전 임차인의 시설이 남아 있던 토지 사건을 다뤘습니다
대법원 2023년 11월 2일 선고 2023다249661 판결은 토지 임대차 종료 후 임대인이 기존 가건물과 철창 구조물의 철거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그 시설은 현 임차인이 들어오기 전부터 토지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계약서에는 ‘계약 만료 시 땅 원상복구’라는 문구도 있었지만, 대법원은 그 표현만으로 임차목적물로 특정되지 않은 기존 시설까지 철거하기로 약정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대법원이 임차인의 철거 의무가 없다고 최종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원심판결 중 철거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면서 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상태, 임차인의 변경 여부 등을 더 심리하라고 했습니다. 토지와 상가 내부 시설은 대상과 계약 구조가 다를 수 있으므로 판결 결론을 모든 임대차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원상복구’라는 한 문장만 보지 마세요
계약서에 원상회복 특약이 있더라도 어떤 시설을 언제 상태로 되돌리는 내용인지 읽어야 합니다. 임대인이 소유한 건물 자체를 반환하는지, 특정 시설이 임차목적물에 포함됐는지, 임차인이 이전 임차인에게서 영업시설을 인수했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임대차를 시작할 당시 이미 있던 시설을 임차인이 인수해 사용했더라도 그것만으로 철거 의무가 자동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계약서나 별도 합의에서 기존 시설의 철거를 구체적으로 약정했거나,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시설을 크게 바꾼 경우라면 다른 판단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도 특별한 사정의 유무를 계약 내용과 체결 경위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입주와 퇴거 때의 상태를 비교할 자료를 남기세요
분쟁을 예방하려면 입주 당시 내부 사진과 시설 목록, 임대차계약서 및 특약, 인수인계서, 시설 설치·변경에 관한 동의나 대화 기록을 함께 보관하세요. 퇴거 전에는 임대인이 요구한 항목을 하나씩 적어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인지, 기존부터 있던 시설인지, 사용 중 새로 변경한 부분인지 구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철거를 먼저 진행하면 임대 당시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툼이 예상되면 작업 전에 현장 사진과 영상, 시설 위치·상태를 기록하고 요구 항목 및 근거를 서면으로 확인하세요. 합의할 때는 철거 범위와 비용, 보증금 정산, 목적물 인도일을 함께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반환 의무와 보증금 정산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글은 임대차 종료 시 원상회복 범위에 관한 일반 설명입니다. 대법원 판결은 토지 위의 기존 가건물 등을 다룬 파기환송 사건이며, 모든 임차인의 철거 의무를 면제한 판결이 아닙니다. 상가건물 내부 시설, 권리금·영업시설 양수, 임대인의 사전 동의, 별도 원상회복 합의가 있다면 계약서와 실제 상태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철거비를 공제하겠다고 하거나 임차인이 반환을 미루는 상황이라면, 먼저 각 요구 항목과 계약상 근거, 임대 당시와 현재의 차이, 실제 예상 비용을 구분하세요. 막연한 ‘원상복구’ 문구만으로 범위를 정하거나, 반대로 본인이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이 없다고 단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 자료
- 민법 제615조, 차주의 원상회복의무와 철거권 (2026. 3. 17. 시행) ↗자료 확인일 2026-10-16
- 민법 제654조, 임대차에 대한 준용규정 (2026. 3. 17. 시행) ↗자료 확인일 2026-10-16
-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9661 판결 ↗자료 확인일 2026-10-16
